수면 중 약한 빛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2022년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밝은 환경에서 취하는 수면은 여러 방식으로 건강에 해를 가할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20명의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면과 건강의 상관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의 절반은 하루는 어두운 방에서 잠을 자도록 했고 이튿날은 머리맡에 조명을 두고 잠을 자도록 했다. 또 다른 실험참가자 절반에게는 이틀 연속 어두운 방에서 자도록 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은 건강지표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인슐린 저항성 수치는 머리맡에 조명을 두고 잔 그룹에서 높았다.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높다는 것은 우리 몸이 인슐린 자극에 둔감해져 정상적인 양에는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의미다.
조명을 두고 잔 그룹은 심박동수도 더욱 빨랐다. 이는 잠들어 있어도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돼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심박동수는 낮에 높고 밤에 더 낮은 것이 심혈관계 건강에 유익하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곧 잠을 잘 때 주변에 빛이 있으면 체내 포도당과 심혈관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두 가지는 모두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잘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실험은 이틀이라는 단기간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 하루만 잠 잘 때 조명에 노출돼도 심장병, 당뇨병, 대사증후군의 위험인자인 포도당, 심장·혈관 조절 등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심혈관 뿐만 아니라 뇌건강에도 안좋다
고대 안암병원 이헌정, 윤호경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이은일 교수(예방의학과), 가천의대 강승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2017년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야간의 약한 빛이 인간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헌정 교수팀이 젊은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수면 중 약한 빛 노출이 뇌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상군을 환경을 통제한 수면검사실에서 수면을 취하게 한 뒤 다음날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검사(fMRI)를 시행해 뇌 기능 변화를 확인했다. 이틀은 완전히 빛이 차단된 상태에서, 3일째에는 약한 빛(5 또는 10lux)에 노출된 상태에서 수면을 취한 뒤 낮 동안 뇌 기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5lux 빛에서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10lux 정도의 빛에 노출될 경우 다음날 낮 시간의 뇌 기능 상태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10lux는 물체를 겨우 인식할 정도의 약한 빛인데, 이번 연구로 야간의 미약한 빛도 인간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이헌정 교수는 "침실 외부에서 침입광이 있는 경우에는 암막커튼 등으로 수면중 외부 빛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좋다"면서 "야간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빛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면 중 빛 노출은 하부 전두엽의 기능에 두드러진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작업기억능력의 저하로 나타난다. 작업기억능력은 단기기억 일부로서 집중력과 인지능력, 감정조절, 식욕조절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체리듬 세팅에 가장 강력한 외부인자가 바로 빛
지구는 24시간을 주기로 빛과 어둠이 반복되고 있고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거기에 적응하여 우리몸의 다양한 생리활동들이 24시간을 주기로 활성이 조절된다.
우리몸의 24시간 생리활성 조절은 유전자 및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 우리 뇌 시상하부에 있는 시신경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에 우리몸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신경세포들이 존재하고 이 세포에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들(Per, Tim, Clk 등등)이 서로 feedback loop을 이루어 결국 특정 유전자 군들의 발현이 24시간 일주기를 갖도록 한다.
이 SCN은 시신경과 밀접하고 있으며 시신경으로 부터 들어오는 빛에 의해 SCN의 생체리듬이 강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밤에 해당하는 일주기에 빛을 받게 되면 SCN이 밤시간을 낮으로 착각하게 되어 생체리듬에 교란이 올 수 있다.
생체리듬이 파괴되는 일이 지속되면 암, 치매, 당뇨 등 현대인이 고통받는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수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글을 과거에도 한번 포스팅 한 적이 있다.
2022.03.01 - [연구결과] - 밤낮이 바뀌면 치매위험이 높아진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빛 공해에 살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오하욘 교수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밤의 밝기를 도시별로 비교 석하여 밤이 밝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서 어두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수면장애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따라서 오늘날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특히 빛에 의해 수면이 방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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